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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data
# 《노 맨즈 스카이》와 아무 맛도 없는 오트밀 1만 그릇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는 게임의 미래를 영원히 바꿀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거의 무한한 탐험 기회가 펼쳐지는 광대한 세계와 사실상 셀 수 없이 다양한 행성 및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무려 1,800경 개의 행성을 찾아다닐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는 100만 명의 게이머가 100만 대의 콘솔로도 전부 보고 경험할 수 없는 규모였다. 플레이어들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탐험하고, 소통하고, 싸우고, 거래하며 무수한 시간을 보내리라 상상했다. 게임은 몇 차례 출시가 연기된 끝에 2016년 8월 9일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반응은 참담했다. 그리고 이 참담한 실패에서 흥미로운 교훈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가 내세운 가장 큰 특징은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https://en.wikipedia.org/wiki/Procedural_generation)으로 세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를 수작업이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생성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에서는 게임 디자이너가 세계를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디자이너가 세계를 구상하고 계획한 뒤, 그 안에 요소 하나하나를 배치한다. 이처럼 막대한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게임의 규모에는 필연적으로 한계가 생긴다. 게이머들은 플레이할 수 있는 영역의 끝에 부딪히는 경험에 익숙하다. 하지만 절차적 생성에서는 디자이너 대신 본질적으로 컴퓨터 스크립트인 알고리즘이 이 작업을 맡는다.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에서는 “항성계와 행성 및 그 생태계, 동식물과 그 행동 양식, 인공 구조물, 외계 종족과 그들의 우주선”을 비롯해 거의 모든 요소를 알고리즘이 생성한다. 초기에 공개된 스크린샷과 시연 영상에는 흥미로운 행성, 독특한 생명체,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세계가 등장했다.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마침내 게임이 출시됐다.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에 대한 초기 평가는 엇갈렸다. 게임계의 거물인 IGN과 폴리곤은 각각 10점 만점에 6점을 줬고, 게임스팟과 트러스티드 리뷰스는 7점,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8점, 타임은 9점을 매겼다. 사용자 평가는 훨씬 가혹했다. 스팀에 올라온 리뷰 3만 6천 건 가운데 긍정적 평가는 39%에 불과했고, 아마존 이용자들이 매긴 평균 평점도 별 2.9개에 그쳤다. 최근 언론 보도는 환불을 요구하는 불만 고객이 급증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포브스는 최근 [게이머에게는 ‘노 맨즈 스카이’ 환불을 요구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http://www.forbes.com/sites/erikkain/2016/08/29/gamers-have-every-right-to-push-for-no-mans-sky-refunds/#4c8544f838c8)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 오트밀 1만 그릇 > 절차적으로 생성한 우주는 기술적으로 인상적일지 몰라도 밋밋하고 공허하며 목적이 없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평론가들은 게임의 방대한 규모와 범위, 야심과 시각적 완성도, 성가신 로딩 화면 없이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한마디로 지루하다고 비판했다. 이 게임을 돋보이게 해줄 핵심 요소였던 절차적 생성이 오히려 가장 큰 약점으로 드러난 것이다. 절차적으로 생성한 우주는 기술적으로 인상적일지 몰라도 밋밋하고 공허하며 목적이 없다. [IGN](http://ca.ign.com/articles/2016/08/16/no-mans-sky-review?page=2)은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에서 사람이 직접 만든 몇 안 되는 장면은 밋밋한 절차적 우주와 확연히 구별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광대한 우주에서는 중요한 사건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목적을 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능력이 있는 존재는 오직 플레이어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폴리곤](http://www.polygon.com/2016/8/12/12461520/no-mans-sky-review-ps4-playstation-4-pc-windows-hello-games-sony)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가 자신에게 맞는 게임인지 판단하기 전에 어렵지만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일상적이지만 탄탄하고 영리한 게임 설계보다 기술적 경이로움을 얼마나 더 가치 있게 여기는가?” 그러면서 “이 강력한 우주 생성 알고리즘이 초반 몇 시간을 지나면 상상력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게임에 억지로 붙어 있다”고 한탄했다. [게임스팟](http://www.gamespot.com/reviews/no-mans-sky-review/1900-6416492/)은 이렇게 단언했다. “세계와 야생 생물의 변형 가능성은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다. 그러나 컴퓨터가 제한된 선택지에서 요소를 골라 다양성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동물들은 세심하게 설계한 창조물이라기보다 아무렇게나 이어 붙인 결과물처럼 보인다.” 다른 이용자들도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동물 가운데 상당수가 [앞뒤가 맞지 않고 우스꽝스러우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http://www.polygon.com/2016/8/15/12487406/no-mans-sky-e3-trailer-vs-reality). 알고리즘이 만든 부분은 인간이 공들여 설계한 게임의 몇 안 되는 부분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플레이어들은 알고리즘은 줄이고 세심한 설계는 늘리길 바라게 된다.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는 실패작이다. 실망한 수만 명의 게이머가 보기에 이 게임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애초에 그 약속을 지킬 수도 없었다. 절차적 생성으로 수많은 행성이 가득하지만 목적은 전혀 없는 따분한 세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더보드](http://motherboard.vice.com/read/no-mans-sky-review)에 글을 쓴 이매뉴얼 마이버그는 중요한 점을 짚는다. 그는 절차적 생성 전문가인 케이트 컴프턴의 말을 인용한다. 컴프턴은 이를 ‘오트밀 1만 그릇의 문제(the problem of 10,000 bowls of oatmeal)’라고 부른다. 절차적 생성을 이용하면 “아무 맛도 없는 오트밀 1만 그릇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릇마다 귀리 알갱이의 위치와 방향이 모두 달라서 수학적으로는 완전히 독특할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 눈에는 그저 엄청나게 많은 오트밀로만 보일 가능성이 크다.” 독특하다고 해서 반드시 흥미롭거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 이용자들은 절차적 생성에 지나친 기대와 믿음을 걸었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것은 속담처럼 회자되는 밋밋한 오트밀 1만 그릇이었다. 마이버그는 이 게임을 최근 출시돼 엄청난 성공을 거둔 다른 작품과 비교한다. > 소니가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를 시연하려고 뉴욕에 왔을 때 _언차티드 4(Uncharted 4)_의 시연판도 함께 가져왔다. 설계 측면에서 _언차티드 4(Uncharted 4)_는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와 정반대인 작품이다. 약 300명으로 구성된 다른 스튜디오에서 만든 _언차티드 4(Uncharted 4)_는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답고 풍성한 가상 세계 가운데 하나다. 나뭇잎과 돌 하나하나를 사람이 직접 만들고, 원하는 효과를 내도록 정확한 위치에 배치했다. 디자이너는 플레이어를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끌면서 흥미진진하고 독특한 경험처럼 느끼게 한다. 방향성이 매우 뚜렷한 경험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모든 플레이어도 똑같은 경험을 한다. ## 우리 모두를 위한 교훈 > 목적과 의미, 흥미, 심지어 진정한 아름다움까지도 설계자의 생각과 세심한 손길에서 나온다. 여기서 배울 점이 있다. 절차적으로 생성한 세계는 밋밋하고 반복적이며 무의미하고 지루하다. 목적과 의미, 흥미, 심지어 진정한 아름다움까지도 설계자의 생각과 세심한 손길에서 나온다. _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_의 가상 세계에 적용되는 이 진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세계에서 목적과 의미와 흥미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세계의 모든 부분에 그런 증거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설계자가 남긴 증거이자 작품이다. _글의 주제를 제안하고 집필을 요청해 준 데이브 드라비우크에게 감사한다._ ![이미지 1: 노 맨즈 스카이](https://www.challies.com/media/2016/09/nomanssky.png)